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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생각/유럽여행

여행자의 길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돌아다니는 것

 많이 것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군대에서도 지겹게 걸어다녔으니. 하지만 정말 무식하게 걸었다. 그 곳에 떨어지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걷는데 보냈다. 가지고 갔던 단 한벌의 스니커즈 운동화는 걸래가 되었다. 나중에는 버리고 새로산 쪼리를 신고 다녔다.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는데 어떻게 걸어다니냐고? 최소한의 돈을 쓰기 위해서 그리고 보다 많은 것을 보기 위하여 기차를 타고 이동하였고 차를 타고 이동하였으며 마지막 마을마을마다 걸어다녔다. 하지만 군대에서 걸었던 그 어느 길보다 힘들지 않았고 즐겁게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매일 매일 다른 풍경을 보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집을 구경하였고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유럽의 골목길을 걷고 있노라면 너무나 아름다웠다. 돌로 만든 바닥길을 걷고 있으면 새로운 느낌이었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었다. 핸드폰도 그 당시 폴더 핸드폰이었고 로밍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에게 연락할 시간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다. 가끔 쓸 수 있는 이메일로 가족들에게 생사를 알렸고 지금은 여행하는데 기본이 되어버린 구글맵이라는 기능도 쓸 수 없었다. 그냥 마을에 떨어지면 가장 가까운 인포메이션 센터로 달려가서 지도를 구하고 그 담당자와 친해졌다. 마을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을 받고 나면 그때야 무엇인가 마을과 친숙한 마음이 들었다. 숙소와 큰 마켓을 지도에 표시하고 나면 벌써 숙식은 해결이 된 셈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재미있다. 간단히 어플로 몇번 움직이다 보면 숙식이 해결되는 지금은 정말 꿈만 같은 곳이 아닌가. 더군다나 간단한 검색으로 최고로 맛있는 집과 유명한 장소들이 한국어로 줄줄 나오는 것이 아니겠나. 하지만 난 결고 그런 과정을 추천하진 않는다. 마을 인포메이션 센터 담당자가 들려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무엇인가 친숙해져 오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 마음을 알까?

당시 24살이던 나는 창피할 것도 없고 거스를 것도 없었다.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고 나는 거스를 것 없으니 얼마나 편한 것이 여행인가.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Would you please take a picture for me? 라는 말로 내 사진 생활을 시작 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유럽 친구들은 정말 친절하게 요구하는 만큼 사진을 찍어주었고 가끔은 다른 포즈를 요구하곤 했다. 용기가 생긴 나는 가끔 함께 찍을 것을 물어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자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사진을 찍다보면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자연스러움이 나왔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역시 가장 좋았던 선택은 가방을 가볍게 했다는 점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캐리어에 가방 가득히 싸서 가지만 저 당시만 해도 여행을 가는 것 처럼 간단히 싸서 갔다. 모티브는 군대에서 군장을 싸는 것으로 부터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다. 

가끔은 이렇게 차를 탈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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