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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생각/유럽여행

산에서 지냈던 나날들

산에서 지낸 나날들 

 피는 못속인다. 라는 말이 있다. 군대에서 배운것이라고는 산을 타는 것 뿐. 2년동안 산에서 지내다 보니 전역하고서는 다시는 등산을 하지 않겠다라는 마음가짐은 어느덧 사라지고 돈이 떨어져 가자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산이 마음에 들었다. 유럽의 산은 한국의 산과 다른 맛이 있었다. 나무도 큼지막 하고 여러가지 많은 것들을 나에게 주었다. 하지만 산은 정말 무서웠다. 

어느날 마을을 돌아보고 외진 길을 걷고 있었다. 그날 점심에 돈을 아낀다고 맥주를 먹다가 너무나 이름이 아름다운 치즈를 발견하였다. 항상 과자에 맥주를 마시곤 했었는데 오늘따라 그 치즈가 먹고 싶었다. 모짜랠라였던가. 아무튼 그 치즈를 한입 입에 배어무는 순간 익숙한 냄새가 입안을 가득 매웠다. 발냄새가 나는 치즈라니 한입 한입 고역처럼 먹었다. 그것도 꽤 비싼 3유로 정도 하는 치즈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요리해서 먹어야 하는 치즈, 한국에서는 그냥 먹는 치즈밖에 없어서 모든 치즈는 그렇게 먹는줄 알고 있었음) 그게 문제가 되었는지 배가 살살 아파오는 것이었다. 와!! 화장실은 급한데 주위에 보이는 음식점이 하나도 없고 온통 상점 뿐이었다. (공중 화장실은 몇개 없고 주위에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화장실을 쓸 수 있다. 간혹 도시에 가면 유료로 쓰는 화장실이 있다.) 그러자 문득 군대 있을 당시 산에서 볼일을 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영수증 같은 것도 발견! 굳! 바로 화장실.. 아니 산으로 뛰어들어가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방을 벗어던지고 자리를 잡았다. 바지를 내리고 배에 있는 힘껏 기운을 모아 더러운 것을 배출하고 만족의 미소를 띄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나는 놀라서 더러운 것(?) 위에 앉을 뻔 했다. 분명 나는 바지를 벗고 있었는데 바지가 입혀지는 것이 아닌가. 더워서 그런가 하고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까 검은색 개미들이 내 다리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는데 개미가 하도 많아서 검은색으로 덮혀가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던 것이다. 황급히 배에 기를 모아서 두어번 더 배출하고 난뒤에 일어나서 태권도를 시작했다. 허공으로 발차기를 하니 개미들이 나가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나는 그 소름끼치는 자리를 털고 나왔다. 여러가지 기억들이 스쳐지나가는데 특히 인디아나 존스에서 악당이 개미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떠오르고 나도 유럽에서 개미밥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끝날때 쯤 안전하게 가방을 주워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물론 그대로 바지를 입지는 않았고 태권도 발차기를 한 후에 빠른 뒷처리까지 마치 연습한 사람 마냥 신속하게 하였다. 그 뒤로 산에 들어가더라도 주위는 둘러보고 일을 봤다. 

 비명횡사 할지도 몰랐던 산 지형이 꼭 이렇게 생겼었다.저런 풀밭 때문에 개미가 있는지 확인도 못하고 비명횡사할뻔 했네. 

하지만 산이라고 해서 꼭 무서운 것들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사람들도 선량하고 여러가지 볼 것도 많고 경치를 좋아해서 사진을 촬영하기에 너무나 좋았다. 이 당시만 해도 사진에 중요성을 잘 몰랐지만 열심히 찍었었는데 나중에 사진이 좋아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왠지 모르게 이렇게 말이나 넓게 펼쳐진 평야들을 보고 있으면 옛날의 전투 장면이 떠오르곤 했다. 영화에서 보는 것이 다였지만 어떻게 전투를 하고 공성전을 하고 기병과 다른 병사들을 이끌고 싸움을 이끌어 갔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또한 산은 단순히 보는 즐거움만 주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날은 돌아다니다가 너무나 배가 고팠다. 그리고 정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체리 나무를 발견하였다. 알은 정말 실한데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익어가고 있는 나무였다. 너무 기뻐서 확인하고 바로 올라가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산이 주는 기쁨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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